지난 2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진 해크먼과 그의 아내 벳시 아라카와가 뉴멕시코주 샌타페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어 큰 충격을 주었다.
수사 당국은 최근 이들의 자택 내부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경찰관의 보디캠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집안 곳곳에 어수선하게 쌓인 소지품들이 눈에 띄었다.
침실에는 반려견 상자, 책,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욕실 변기통에는 대변과 소변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침실에서는 피가 묻은 베개도 발견되었다.
뉴욕포스트는 "공개된 사진을 통해 궁전 같으면서도 어수선한 집에서 이들이 생애 마지막 날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시신에는 외상 흔적이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뉴멕시코주 수사당국은 아라카와의 이메일과 기타 활동 기록 등을 토대로 그녀가 지난 2월 11일 이후 사망했고, 해크먼의 사망 시점은 같은 달 18일쯤으로 결론 내렸다.
법의학실 수석 검시관 헤더 재럴은 "95세였던 진 해크먼의 사인은 고혈압과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이며, 알츠하이머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65세였던 아라카와의 사인은 한타바이러스 폐 증후군"이라고 설명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쥐의 배설물을 통해 옮겨지는 바이러스로, 감염 시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며 심하면 심부전이나 폐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사당국은 아라카와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관련 증상을 앓다 숨졌고, 해크먼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다가 일주일 후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해크먼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액션, 스릴러, 역사물 등 다양한 장르에서 8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명배우였다. '슈퍼맨' 시리즈를 비롯해 '미시시피 버닝', '컨버세이션', '퀵 앤 데드', '크림슨 타이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프렌치 커넥션'(1971)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용서받지 못한 자'(1992)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의 삶과 업적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비극도 조명되고 있다. 그의 팬들과 영화계 동료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며 그가 남긴 작품들을 다시금 되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