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故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수사 과 발표 없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다.
피해자인 고소인에게는 통상적인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 결정을 통지하지만, 구체적인 수사 내용과 결과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1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수사 진행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 전 의원이) 사망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규정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고소인에게 통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소인에게 전달되는 통지에는 장 전 의원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나 수사 결과 등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소인 측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피의자의 의견이 다를 때 그것을 맞춰가는 작업이 수사"라고 말했다.
앞서 장 전 의원은 2015년 11월 부산의 한 대학의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중 당시 자신의 비서였던 A씨를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준강간치상)로 입건됐다.
장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피해자 A씨 측은 사건 당시 피해 정황이 담긴 동영상과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했다.
또한 A씨는 사건 당시 해바라기센터에 신고하고 응급키트로 증거물을 채취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자신의 신체와 속옷 등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됐다고 전했다.
이후 장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은 고소인 진술조서, 피의자 진술 그리고 확보된 여러 증거들을 바탕으로 이 사건 혐의에 대한 실체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며 "그런데도 경찰이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한다면 이는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이자 고소인인 A씨는 여성단체를 통해 "제가 오랜 시간 동안 신고하지 못했던 이유는 가해자의 막강한 권력과 제왕적인 사고에 짓눌려 두려움에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라며 "가해자가 선택한 도피성 죽음은 처벌받기 두려워 스스로가 선택한 삶의 마무리일 뿐 벌을 받은 것도 면죄부를 받은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이 이대로 종결되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 결과를 일부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수사 종결이 불가피하더라도,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