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이동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일주일 만이자, 대통령 당선 후 관저에 입주한 지 886일 만의 퇴거다.
지난 11일 오후 5시 7분께 윤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차량에 탑승해 이동을 시작했다. 관저 외부에서는 대통령실 참모진과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며 그를 배웅했다.
2분 후인 오후 5시9분경, 관저 외부 정문 앞에서 내린 윤 전 대통령은 양복 차림에 머리를 세우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지지자들에게 다가갔다.
'Make Korea Great Again'이라 적힌 빨간 모자를 쓴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마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징적 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청년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대화를 나누었고, 일부 지지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관저를 떠나며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별도의 메시지 없이 차량에 탑승했다.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며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 포착됐고, 옆자리에는 김건희 여사가 앉아있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관저를 떠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며 "우리 국익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발언을 두고 그가 본격적으로 사저 정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서초동 사저에 머물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은 당분간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내란 혐의 형사재판을 비롯해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 요구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