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으로 복귀했다.
오후 5시 30분경 한남동 관저를 떠나 자택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단지 진입 후 차에서 내려 약 6분간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과 주민들을 만나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한남동 관저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건희 여사도 함께 자리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자택 복귀 소식에 오후 5시경부터 아파트 정문 앞에는 수많은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 어게인,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열렬히 환영했다.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 "사기 탄핵 무효", "부정선거 규탄", "헌법재판소 해체", "반국가세력 척결" 등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불복하는 구호도 거침없이 외쳐졌다. 일부 지지자는 "헌재 판결을 뒤집고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의 열기는 상당했다.
한 여성 지지자는 윤 전 대통령 차량이 도착하는 모습을 보고 울다가 실신해 구급차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또 다른 여성 지지자는 양손에 태극기를 쥐고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찍부터 자택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을 기다린 60대 박 모 씨는 "아직 여기에 오실 분이 아닌데, 벌써 와서 서운하다"고 말했으며, 양천구에서 온 50대 최 모 씨는 "진실을 밝혀준 윤 대통령이 돌아오는데 마중을 나오는 게 도리"라며 몇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날 윤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는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며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점도 확인됐다.
지지자들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한동훈 배신자", "한동훈, 출마할 생각하지 마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일부는 반대 집회 참가자들을 "빨갱이"라고 비하하거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재명 공산당!"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제지하는 일도 발생했다.
오후 4시경 아크로비스타 정문 앞에서는 "내란수괴 윤석열 사형"을 외치는 반대 집회 참가자에게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북한으로 꺼져!"라며 욕설을 퍼부어 시비가 붙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크로비스타 주민들의 불편은 상당했다.
진보 성향 유튜버가 주최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강남 주민들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오갔다.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강남 사람들 얼마나 잘 산다고. 니들이 부자면 다야?", "시끄럽다고 우리한테 뭐라고 하지 마라. 우리는 너네 때문에 3년 동안 고생했다"고 날을 세웠다.
하교·하원 시간에 자녀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귀를 막고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아크로비스타 옆 아파트 단지의 한 주민은 반대 집회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내려왔으면 됐지,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아크로비스타 일대에 280여 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오후 6시 25분경에는 아크로비스타에 무단 진입하려던 윤 전 대통령 반대 집회 참가자 1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자택 복귀로 이삿짐도 함께 옮겨졌으며, 앞으로 그의 거취와 관련한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