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챗GPT(ChatGPT)'의 인기가 뜨겁다.
챗GPT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새롭게 선보인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사진을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 스타일로 바꾸는 것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챗GPT의 가입자는 지난달 말 기준 5억 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너도나도 지브리 화풍으로 생성한 이미지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명 만화가가 이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토로했다.
지난 2일(한국 시간) 국내 최장기 연재 순정 만화 '안녕?! 자두야!!', '걸즈' 등을 그린 이빈 작가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지브리 프사'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빈 작가는 "대부분의 SNS와 자주 가는 여행 카페에서조차 서로들 경쟁하듯이 자신의 프사를 지브리 스타일로, 또는 짱구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며 올리고 있다"며 "보기 힘들어서 들어가질 못하겠다. 이젠 트위터까지 그럴 거라 생각하니 지금 올리는 그림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올리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이어 "솔직히 이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가족사진을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으로 만들었다며 즐거워하는 일반인 친구를 보면서 친구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저는 힘이 빠져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라며 허탈해 했다.
오픈AI가 새롭게 출시한 신규 이미지 생성 AI 모델 '챗GPT-4o 이미지 생성'은 오픈AI의 멀티 모달 AI 모델 '챗GPT-4o'와 결합한 이미지 생성 모델로, 사용자를 의도를 파악해 자동으로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에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 등 간단한 명령어만으로 마치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그린 듯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저작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빈 작가 역시 창작자로서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감독 이시타니 메구미 역시 지난 1일 SNS를 통해 "지브리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싸구려 취급을 받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라며 분노했다.
현재 오픈AI와 지브리 측 모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의 창립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과거 AI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해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비판해 최근의 유행 역시 달가워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스튜디오 지브리 측이 조만간 오픈AI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주요 쟁점은 오픈AI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학습·훈련 시키는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았는지다.
실제로 미국 작가 단체는 오픈AI가 AI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자신들의 저작 도서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며, 'GPT-4o' 음성 모드의 목소리가 영화 '그녀(Her)'에서 AI 음성 비서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모방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오픈AI는 요한슨과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성우를 활용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음성을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