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5일(토)

여성만 끙끙 앓았던 세균성 질염, 알고보니 성병... 남녀 모두 치료했더니 생긴 변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구촌 여성의 3명 중 1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심각한 경우 불임, 조산,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세균성 질염이 성병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세균성 질염은 지금까지 여성만의 문제로 여겨졌으며, 남성 파트너는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를 성병으로 규정하면 양쪽 모두 치료 대상이 되며, 효과 또한 크게 개선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지난 5일(현지 시간) 호주 모나시 대학교와 멜버른 성 건강 센터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세균성 질염 재발 방지를 위한 남성 파트너 치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이 논문에 따르면 남성 파트너를 함께 치료하는 것이 잘 낫지 않는 이 질환의 재발률을 낮추는 열쇠라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카트리오나 브래드쇼 교수와 렌카 보드스트로칠 박사는 현재 표준치료가 생식기 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여성의 50% 이상이 항생제를 일주일간 투여하더라도 3~6개월 내 재발한다고 지적했다.


세균성 질염은 '건강한' 박테리아인 락토바실이 '나쁜' 박테리아로 대체돼 분비물과 냄새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대개 합병증을 겪지 않지만 드물게 골반 염증성 질환 발병, 성병 감염, 조산과 같은 임신 합병증을 경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질염을 앓고 있는 164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험군인 81쌍은 남녀 모두 7일 동안 경구 항생제로 치료받았으며, 남성은 국소 항생제 크림 치료도 병행했다.


대조군인 83쌍은 여성만 치료받았다.


그 결과, 12주 후 남녀 모두 치료한 쪽에서는 여성 69명 중 24명(35%)이 재발했으나, 여성만 치료한 대조군에서는 68명 중 43명(63%)이 재발했다.


보드스트로칠 박사는 "우리는 오랫동안 그것이 성병이라고 의심해 왔다"며 "대부분의 성병과 유사한 잠복기를 가지고 있고 클라미디아와 같은 성병과 동일한 위험 요소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브래드쇼 교수는 "우리 실험은 파트너로부터의 재감염이 여성이 겪는 세균성 질염 재발의 큰 원인임을 보여주었고, 이 질환이 실제 성병이라는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세균성 질염을 성병으로 분류함으로써 더 많은 여성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여성 건강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