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에서는 국내에는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알려진 기면증약을 복용한 후 심각한 피부질환을 겪은 9명의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DailyMail)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기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을 먹은 후 온몸에 물집이 잡힌 9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2024년 2월에서 2025년 2월 사이, 18~57세 남성 7명과 여성 2명이 이 약을 복용한 후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모두 수면 장애 치료에 처방되는 모다피닐(modafinil)이나 아모다피닐(armodafinil)을 복용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이들은 싱가포르에서 공식 승인되지 않은 두 약을 길거리 판매상이나 지인을 통해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에 따르면 9명의 환자 중 6명에서 피부에 물집이 잡히고 피부가 심하게 벗겨지는 증상이 대표적인 스티븐슨-존슨 증후군이, 나머지 3명에서는 더 심각한 독성 표피 괴사증(toxic epidermal necrolysis)이 발병해 회복 중이다.
그중 한 명인 한 20대 남성은 얼굴, 가슴, 팔, 생식기, 다리, 발바닥 등 신체의 60%에 생명을 위협하는 피부 발진이 올라왔다고 한다.
또 다른 40대 남성은 "심한 구강 궤양으로 인해 며칠 동안 먹거나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심각한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두 약은 심장병, 고혈압, 불안, 환각, 조증 등의 부작용도 있다. 게다가 뇌에 각성 효과를 주기에 의존성까지 높다.
싱가포르 종합병원 피부과 리 하우르 웨(Lee Haur Yueh) 부교수는 "스티븐슨-존슨 증후군과 독성표피괴사증은 드물게 나타나지만 생명을 위협한다. 광범위한 피부 손상과 심한 경우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다피닐은 프랑스의 제약회사 라폰이 개발한 각성제로 과거 국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일부 학생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남용 돼 현재는 처방 없이 구입하기 어렵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모다피닐은 "약을 복용하는 성인과 어린이 환자에서 입원과 치료 중단이 요구되는 심각한 발진이 보고된 바 있다. 이 약은 소아 환자에게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복용에 따른 피부 발진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