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5일(토)

특별수사팀 '즉시항고' 강력 주장에도... 심우정 검찰총장이 '尹 석방 지휘'한 이유


심우정 검찰총장 /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검찰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받아들였다.


'즉시항고' 등 불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강력한 의견 표명에도 심우정 검찰총장은 석방을 지휘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상급심 판단을 받아야 한다"라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심 총장은 석방을 지휘했다. 이를 두고 심 총장이 '위헌적 조치 결론'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8일 대검찰청은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존중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에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했다"면서 "헌법재판소 결정례와 영장주의 원칙(수사기관이 구속 등 강제력을 행사할 때는 적법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거해야 한다는 원칙) 등을 고려해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즉시항고는 법원 결정이나 명령에 대해 신속하게 이의를 제기해야 할 때 취하는 불복 절차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면 구속 취소 결정의 효력은 정지되고, 윤 대통령은 상급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석방되지 않는다. 검찰이 즉시항고 없이 교정당국에 석방 지휘를 하면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풀려났다.


뉴스1


대검은 윤 대통령 석방을 결정한 주된 이유로 즉시항고가 또 다른 논란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헌재는 1993년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12년에는 법원의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 조항도 위헌 결정했다. "구속에 대한 재판의 효력이 검사 등의 불복으로 제한 받는다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대검 지휘부에선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 역시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구속 취소가 보석이나 구속 집행정지보다 적극적인 법원 결정인 만큼, 기존 결정례가 똑같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구속 집행정지와 구속 취소는 법리적으로 다른 것이지만, 대검은 헌재의 판결 취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취소 이유로 "윤 대통령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윤 대통령을 구속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권 문제 등 수사 적법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판례가 없는 상황에선 (구속 취소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들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수사팀은 구속기간 산정 방식에 대한 법원 판단이 현행 법률 규정 및 오랜기간 법원과 검찰이 따라온 실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뉴스1


그간 검찰과 법원 모두 구속기간을 날(日)을 기준으로 계산했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즉시항고를 한 뒤 상급심을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수사팀 의견이었다.


반면 심 총장이 전날 소집한 대검 간부 회의 등에선 법원 판단에 일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 대통령 측에서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 등에 대해 재판 내내 물고 늘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위험 요소를 남겨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칫 내란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기도 전에 절차 흠결을 이유로 재판을 그르칠 수도 있는 만큼, 가장 안전한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논리다. 검찰 안팎에선 구속기간 계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관행과 실무와는 별개로 원칙적으로는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검찰은 결국 즉시항고의 명분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불복 절차를 포기하기로 결론 내렸다. 윤 대통령 석방 시 적지 않은 비난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대검은 다만 수사팀이 법원 판단에 반발한 것과 관련해선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