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박찬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 사무총장이 "자녀를 사퇴시킬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본인의 의사"라고 답했다.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김대웅 선관위원 후보자 청문회에 출석한 박 전 사무총장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따님 사퇴시킬 의향 있으시냐, 없으시냐"고 묻자 "본인의 의사"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가공무원법은 "채용 비리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박 전 사무총장의 자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법률이기 때문이다.
특혜 의혹을 받는 10명 중 그의 딸을 포함한 9명은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채용되어 본인 의사가 아니라면 임용 취소가 어렵다.
현재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로 특혜 채용이 적발된 10명을 직무 배제한 상태다.
같은 청문회에 출석한 김용빈 사무총장은 "직무 배제한 것은 (특혜 채용에) 면죄부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뭔가 강구해 보겠다는 의미에서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스스로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조직을 위해서 사퇴를(하기를 원한다)"이라며 내부 조직원들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혜채용된 자녀의 아버지이자 뒷배인 박 전 사무총장은 자녀의 사퇴에 대해 "(자녀) 본인의 의사"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같은 의혹으로 기소된 송봉섭 전 사무총장도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발을 뺐다.
이들이 부모로서 자녀의 취업은 도왔지만, 책임을 지는 방법은 가르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청문회에서 조 의원은 "채용할 때는 아빠 찬스 쓰고, 국회에 나와 거짓말하고, 일시적으로 직무배제를 시켰다가 잠잠해지니까 직무복귀시키고, 또 시끄러우니까 배제한다"며 "사퇴시키겠냐고 하니 내 의사가 아니라 딸 의사라고 하는데, 그런 선관위를 국민 누가 믿겠나"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같은 당 김종양 의원은 "최근 선관위가 비리와 무능의 종합세트, 가족회사, 심지어는 범죄 마피아 패밀리라고 불리고 있다"며 "각종 비리 행태가 드러나서 국민적 신뢰가 크게 실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의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이 10년간(2013~2023년) 중선관위와 각 시도 선관위가 실시한 291회의 경력경쟁 채용(경채)을 전수조사한 결과, 878건의 규정·절차 위반이 확인됐다.
선관위는 특혜 채용에 상응하는 처벌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법령에 근거해 채용 취소가 가능한 사람은 10명 중 단 한 명이다.
특혜 채용된 자녀들이 이를 믿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