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대응을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 항공 분야 고위공직자 대다수가 항공 업무 경험이 부족한 '비항공직' 공무원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국토부 항공정책실 내 팀장급 이상 고위공직자 18명의 이력을 분석한 결과, 항공 분야 전문성이 인정된 간부는 4명에 불과했으며, 비항공직 간부는 14명으로 이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에 따라 24년 전보다 정부의 항공 업무 능력이 후퇴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참사 대응 과정에서 국토부는 무안국제공항의 방위각(로컬라이저) 시설과 관련한 관리·감독의 허점을 드러냈으며, 참사 이후 오락가락한 해명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참사 당일 국토부는 여객기가 충돌한 방위각 시설이 콘크리트 둔덕인지 몰랐다고 밝혔고, 이후 해외 공항에도 같은 시설이 있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부정확한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등 혼란을 키웠다.
뉴스타파가 국회 이연희 의원실과 함께 분석한 국토부 항공정책실 고위공직자 이력에 따르면, 이들 중 14명은 행정고시 또는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비항공직’ 출신으로, 항공 분야의 실무 경험이 전무하거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항공직 공무원은 단 4명으로, 조종·정비·관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이지만, 조직 내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았다.
항공정책실을 총괄하는 주종완 실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 생활 27년 중 항공 분야에서 근무한 기간이 4년에 불과했다. 참사 발생 당시 그는 항공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며, 참사 후 브리핑에서도 정확한 사실 관계를 설명하기보다는 조사와 점검을 거듭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해 비판을 받았다.
2001년, 한국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위험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항공국장직을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행정직 출신에게 배정했고, 이로 인해 항공 안전 등급이 하락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국토부의 항공정책실 인력 구성을 보면, 24년 전보다 비항공직 비율이 더 증가해 항공 분야 전문성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참사 이후 내놓은 대응책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방위각 시설의 문제점이 발견된 7개 공항에서 “시설 개선 전까지 고경력 조종사를 우선 배치하라”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은 즉각적인 로컬라이저 안테나 하우징(둔덕) 철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종사 1,4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6%가 ‘즉각적인 철거 및 평탄화’를 요구했으며, ‘순차적 재시공’ 의견은 1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항공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국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독립적인 ‘항공청’ 신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OECD 38개국 중 30개국이 독립된 항공청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은 2008년 국토해양부 산하 ‘항공안전본부’를 설립했다가 1년 만에 폐지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관리자는 전문성 외에도 예산·조직 관리 능력이 필요해 직렬 구분 없이 임용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조직 진단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항공안전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