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6일(일)

위안부 피해자 故 길원옥 할머니 배웅길... 이용수 할머니가 남긴 '마지막 인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길원옥 할머니 발인식 /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운동가 길원옥 할머니가 97세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생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눈물로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8일 오전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길원옥 할머니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이용수 할머니는 길 할머니의 시신이 든 관이 운구차로 옮겨질 때 "원옥아 정말 큰일 했어, 아프지 말고 잘 가"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용수 할머니는 운구차를 향해 손을 계속 흔들며 "(길 할머니는) 대한민국을 다시 찾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길 할머니는 지난 16일 인천시 연수구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돌아가시기 전 1주일 동안 감기 증세를 보이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길원옥 할머니 발인식에서 눈물 흘리는 이용수 할머니 / 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빈소를 찾거나 화환을 보내 고인을 기렸다.


발인식에서 길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는 언제나 아들의 목회 활동에 방해가 될까 걱정하셨던 분"이라며 "다시 만날 때까지 천국에서 편안하게 쉬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참았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는 발인식 중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석원 목사는 장례 예식에서 "길 할머니를 보고 어떤 영화에서 성폭행 피해자가 잘못도 없는데 주위 시선을 피해 이사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빈소 / 뉴스1


이어 "(그러나 고인은)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다시는 이런 만행이 없도록 아픈 상처를 딛고 위대한 삶을 사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1928년 평안북도 희천에서 태어난 길 할머니는 평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3살 때 공장에 취직한다는 말에 속아 중국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받았다.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길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제의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정의기억연대의 쉼터 '평화의 우리 집'에서 지내며 옛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 앞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흉상 / 뉴스1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했고, 호주, 캐나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힘썼다.


정의연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생전에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배가 고파 밥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고 옷을 입혀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며 "역사의 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진실을 기반으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 할머니의 별세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만 남았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는 총 240명이며, 이 중 233명이 세상을 떠났다. 현재 생존자들의 나이는 90~95세가 2명, 96세 이상이 5명이며, 평균 나이는 95.7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