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저씨'에서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며 '국민 여동생'으로 자리 잡았던 김새론이 2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김새론은 9살 때부터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누비며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역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2001년 잡지 '앙팡' 아역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2009년 영화 '여행자'로 연기를 시작했다.
'여행자'는 거장 이창동 감독의 한국·프랑스 합작 영화로, 당시 김새론은 무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진희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이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면서 김새론은 최연소 칸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가 됐다.
하지만 그를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작품은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2010)'였다.
김새론은 마약과 술에 찌들어 딸을 방치하는 엄마와 함께 살다 범죄 조직에 납치돼 이웃집 전당포 아저씨 태식(원빈 분)의 구출을 기다리는 어린 소녀 소미 역을 맡았다.
그는 부모님의 손길을 받지 못해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소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김새론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후에도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2011), '엄마가 뭐길래'(2012), '여왕의 교실'(2013)에 출연하며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2014년에는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에서 삶의 끝에 내몰린 소녀 도희 역을 맡아 배두나와 호흡을 맞췄다. 이 영화로 김새론은 또 한 번 칸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다.
김새론의 뛰어난 연기력은 그의 수상 내역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영화 '여행자'로 제19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을, '아저씨'로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을, '도희야'로는 제35회 청룡영화상 최연소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김새론은 2015년 2부작 드라마 '눈길'을 통해 시대극에도 도전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영애 역을 맡았으며, 이 작품으로 중국 금계백화장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드라마 '마녀보감'(2016), '우수마당 가두심'(2021), 영화 '동네사람들'(2018) 등에서 활약하며 아역 이미지를 벗고 주·조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그러나 2022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이후 구설에 오르면서 커리어에 큰 타격을 입었다.
김새론은 2022년 5월 18일 서울 청담동 부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가드레일과 가로수, 변압기를 3번 이상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김새론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을 훨씬 웃도는 0.2%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새론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을 확정받은 후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이 사건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는 촬영분 대부분이 편집됐고, SBS 드라마 '트롤리'에서도 하차했으며, KBS에서는 방송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연극 '동치미' 복귀를 시도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김새론 영화 '기타맨'에 합류하며 재차 복귀 의지를 보였으나, 이는 그의 유작으로 남게 됐다.
'기타맨'은 천재적인 기타리스트가 인디밴드 볼케이노에 가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선정밴드 보컬 겸 기타리스트이자 성원제약 대표인 이선정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영화에 직접 출연해 김새론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 '기타맨'은 지난해 11월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이며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민 여동생'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새론이 복귀를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