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6일(일)

여행갔다가 일본인들에 '사슴 고추 테러범'으로 억울한 누명 쓴 한국 청년

헤즈마류가 X 계정에 올린 사진 / X(Twitter)


일본의 인기 여행 명소인 나라현의 사슴 공원을 찾았다가 '사슴 고추 테러범' 누명을 쓰고 현지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는 한국인 청년의 하소연이 전해졌다.


지난 6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최근 아버지, 사촌과 함께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이날 귀국한 20대 대학생 A씨는 "일본에서 수만 명한테 '사슴 고추 테러범'으로 욕을 먹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일본에서 여행 중이던 지난 3일 '사슴 공원'으로 유명한 일본 나라현 나라 공원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당시 A씨는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헤즈마류가 X에 올린 게시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 X(Twitter)


그런데 이때 갑자기 한 사슴이 그에게 다가와 기념품이 담긴 봉투를 물었고, 이로 인해 봉투 안에 있던 영수증과 관광 팸플릿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가 사슴이 물고 있던 봉투를 간신히 빼앗은 순간, 한 일본인 남성이 다가와 소리를 지르더니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댔다.


이에 A씨는 "사슴이 봉투를 훔쳐 갔다. 일부러 준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일본인 남성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후 돌아갔다.


그런데 이후 A씨는 온라인에서 돌연 '사슴 고추 테러범'이 됐다.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며 윽박지르던 일본인 남성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동물 학대범'이라며 A씨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올린 것이다.


헤즈마류 / YouTube


알고 보니 이 남성은 과거 민폐 콘텐츠로 유명했던 유튜버 '헤즈마류'였다.


그는 점원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어 싸움을 유발하거나 사람을 괴롭히는 등 민폐 행위를 하는 영상을 제작해 일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39도 고열에 노마스크로 일본 도시 곳곳을 돌아다녀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는 최근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이 나라 공원에서 사슴을 학대했다는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글을 잇달아 올려 논란이 됐다.


헤즈마류는 게시글에서 "한국인이 사슴에게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였다"며 "사슴이 구토하고, 입에 거품을 물며 경련을 일으킨 뒤 쓰러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를 향해 "다시는 공원에 오지 않길 바란다. 체포하겠다"라고 엄포를 놨다. 심지어 그는 사슴 발 옆에 고추로 추정되는 물체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해당 글은 X에서 2만 1,000회 이상 공유되며 빠르게 확산됐고, 일본 내에서는 "일본인이 싫어서 사슴을 괴롭히는 거냐", "공원에 중국인과 한국인은 입장시켜선 안 된다", "이 한국인한테 고추를 먹이자" 등 A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 매체 '셰어뉴스재팬'은 "한국인 관광객이 사슴에게 고추를 먹여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분명한 학대 행위다. 동물애호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슴 공원'으로 유명한 일본 나라현 나라 공원 / 樂吃購!日本


A씨는 이러한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도대체 청양고추가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모르겠다. 당시 있던 곳은 흙바닥이었다. 아스팔트 위에 놓인 고추 사진은 날조된 사진이다. 일본에 고추는 반입 자체가 안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헤즈마류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A씨는 이미 얼굴이 공개되어 여행 내내 두려움 속에 지내야 했다.


그는 남은 여행 기간 숙소에만 머물렀으며,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썼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도 헤즈마류의 주장을 인용한 글들이 퍼지면서 A씨는 더욱 큰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사람을 마주치기가 힘들다. 나의 시선이 느껴지면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가족여행이 이런 날조로 고통스러워질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